솔직히 처음 이 뉴스를 봤을 때 "설마 내 주식 계좌도 매년 평가해서 세금 낸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직 팔지도 않은 자산에 세금을 매긴다는 발상이 너무 낯설었거든요. 실제로 제 주변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뉴스 제목과 달리, 이건 지금 당장 시행되는 제도가 아니라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입니다. 찬반을 정하기 전에 구조를 먼저 뜯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득적 포괄주의, 뭘 바꾸자는 건가
이번 토론회에서 핵심으로 제기된 개념이 소득적 포괄주의입니다. 여기서 소득적 포괄주의란, 소득의 형식이나 발생 방식에 관계없이 경제적 능력이 실제로 늘어난 만큼을 소득으로 인정해 과세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을 팔지 않아도 시세가 오른 만큼 이미 부자가 됐다면 그것도 과세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우리나라 현행 세법은 자산을 실제로 팔아야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실현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실현주의란 현금이나 이익이 손에 들어오는 시점, 즉 매각이 이뤄진 순간에만 과세 의무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수십 억 올라도 팔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직접 지켜보니 이 구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건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거액 자산가들이었습니다. 주택이나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쓰고, 자산은 그대로 보유하면서 과세를 무기한 미루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담보대출 생활법'인데, 세금은 내지 않고 자산 증가분은 고스란히 누리는 셈입니다. 이 문제는 실제로 미국에서도 초고액 자산가들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출처: 미국 의회예산처(CBO)).
동결 효과, 왜 팔지 않으려 하는가
실현주의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동결 효과(Lock-in Effect)입니다. 동결 효과란 납세자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자산을 계속 보유하면서 시장에 내놓지 않는 현상을 뜻합니다. 팔면 세금이 나오니까 안 파는 겁니다.
이 문제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서울 외곽의 아파트 한 채를 10년 넘게 들고 있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팔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팔면 양도세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정작 자금이 필요해도 매도보다 담보대출을 먼저 고려합니다. 자본이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동결 효과입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 문제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과세가 실현 시점에만 이뤄지면 납세자는 세금을 늦추기 위해 자산을 팔지 않으려는 유인을 갖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본 배분의 비효율을 낳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논리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문제의 해결책이 반드시 '미실현 이익 즉시 과세'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즉시 과세의 현실적 문제, 누가 가장 타격을 받나
미실현 이익에 즉시 과세할 경우 현장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가 유동성 위기입니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즉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집값은 올랐지만 통장에 현금이 없는 은퇴자, 또는 주가가 올랐다가 이듬해 급락한 투자자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세금 납부 시점에 현금이 없으면 자산 일부를 강제로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비상장주식과 부동산은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이 없는 자산의 평가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를 두고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직접 세금 신고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상장주식조차 연간 손익 정산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비상장주식이나 부동산에 매년 평가액을 산정해 과세한다면, 그 행정 비용과 분쟁 비용이 세수보다 커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 계좌를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올해 평가이익이 500만 원 났다고 세금 냈는데, 내년에 300만 원 손실이 나면 어떻게 처리하나요? 손실 소급 공제(Loss Carryback)가 적용되느냐, 환급은 어떻게 받느냐,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일반 투자자는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손실 소급 공제란 특정 연도에 발생한 손실을 이전 연도 이익과 상계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계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집값 상승분은 있지만 현금 여력이 부족한 은퇴자 및 고령층
- 주가 상승 후 하락 사이클을 겪는 소액 개인 투자자
-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스타트업 창업자 및 초기 직원
- 거래 가격 산정이 어려운 토지·농지 보유자
납부 이연, 현실적인 절충안이 될 수 있나
미실현 이익을 원칙적으로 소득으로 인정하되, 실제 세금 납부는 자산을 매각하는 시점까지 미루는 방식이 납부 이연(Tax Deferral)입니다. 납부 이연이란 과세 의무는 발생하지만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루는 제도로, 이연 기간 동안 이자를 부과해 세수 누락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이라면 즉시 납부 부담 없이 자산을 보유하면서도, 팔 때 '이연 이자'를 포함한 세금을 내야 하니 무한정 과세를 회피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이 방향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절충안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 역시 평가액 산정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포괄주의 전환 논의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에서 발생한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도입과 유예, 폐지 논의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보면, 과세 설계의 완결성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출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기산 한국노총 국장이 제안한 것처럼 고소득 자본소득자에 대한 명목 세율 구간 추가나 비과세 감면 축소는 타당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일반 가계가 아닌 초고액 자산가를 우선 타깃으로 해야 제도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제 경험상 과세 반대 여론의 상당 부분은 "내 월급통장이나 소액 계좌까지 건드리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에서 나오거든요.
결국 이 논의의 핵심은 찬반 이전에 설계의 문제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자산에, 어떤 기준 가격으로, 언제 부과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릅니다. 초고액 자산과 조세회피성 담보대출을 겨냥한 제한적 적용, 비유동 자산에 대한 납부 이연, 연간 손실 상계 장치가 갖춰진다면 논의를 더 진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직접 이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도 결국 그것이었습니다. "제도가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같은 과세 원칙도 공정할 수도 있고 가혹할 수도 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세금 문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