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로컬 브랜드를 제대로 보려면 여행 일정을 짤 게 아니라 박람회 일정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말, 처음 들으면 좀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2026 부산브랜드페스타를 알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 단순한 할인 판매전이 아닙니다. 187개 부산 기업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규모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로컬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유
솔직히 부산에서 좋은 브랜드를 찾으려면 발품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해리단길까지 가야 루프트맨션을 볼 수 있고, 빵지순례를 하려면 부산당과 라푀유를 따로따로 찾아다녀야 합니다. 제가 작년에 부산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동선이 꼬여서 결국 한두 군데밖에 못 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릅니다.
이번 페스타는 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줍니다. 영커피, 부산당, 라푀유, 루프트맨션, 미슐랭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비건 레스토랑 아르프까지 한 공간에 집결합니다. 여기서 미슐랭가이드(Michelin Guide)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발행하는 레스토랑 평가 가이드로, 별 한 개만 받아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레스토랑 품질 기준을 뜻합니다. 아르프가 그 이름에 올라 있다는 건, 부산 비건 식문화가 이미 국제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입니다.
행사 구성도 꼼꼼합니다. 올해 처음 문을 여는 특별관만 네 곳입니다.
- 부산명문향토기업관: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 토박이 기업 집중 전시
- 수산물직거래장터: 유통 마진 없이 산지 가격으로 수산물 구매 가능
- 베이커리로드: 부산 빵지순례 코스를 한 곳에 압축한 구성
- 녹색제품관: 친환경 인증 제품 중심의 소비 체험 공간
여기서 직거래(Direct Trade)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거품을 없애는 방식입니다. 수산물직거래장터는 그 구조를 행사장 안으로 들여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직거래 행사에서 산 수산물은 마트보다 신선도도 높고 가격도 낮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지역 특산물과 로컬 브랜드에 갖는 관심은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소상공인은 약 580만 명으로,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이 숫자가 유지되려면 소비자와의 접점이 꾸준히 만들어져야 합니다. 부산브랜드페스타는 그 접점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행사라고 저는 봅니다.
판로개척, 단순 전시로는 절대 안 되는 이유
행사를 "좋은 물건 많다더라" 수준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칩니다. 저는 이 행사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 판로개척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행사 첫날에는 민·관 통합 지역상품 구매 상담회가 함께 열립니다.
여기서 판로개척(Market Channel Development)이란 생산자가 자신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닿게 하는 유통 경로를 새롭게 확보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어디서 파느냐가 결정되지 않으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지역 중소기업일수록 이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부산중소벤처기업청이 추진해온 공공기관 구매 상담회에 더해,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소상공인 유통플랫폼 MD 상담회와 중소기업 마케팅 구매 상담회를 함께 운영합니다. 여기서 MD(Merchandiser)란 유통업체에서 어떤 제품을 어느 채널에 어떤 방식으로 팔지 결정하는 전문 담당자를 의미합니다. MD 한 명이 결정을 내리면 해당 제품이 대형 플랫폼 전체에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기업 입장에서 MD 상담회는 사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입니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구조가 갖춰진 행사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게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판매 부스 전시에 그치는 지역 행사가 많은 편인데, 공공 조달시장과 민간 유통망을 동시에 아우르는 구매 상담회를 묶은 건 한 단계 진화한 설계입니다.
소상공인 지원 분야에서 이런 통합 플랫폼의 효과는 실제로 검증된 바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구매 상담회 참여 기업의 계약 성사율이 미참여 기업 대비 평균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일회성 이벤트처럼 보여도 실질적인 거래로 이어지는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입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3일짜리 행사가 끝나고 나서 연결고리가 끊기면 효과는 행사장 안에서만 머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행사가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파는 실험"이 되려면, 페스타 이후에도 입점 채널이나 온라인 연계 판매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부산브랜드페스타는 소비자에게는 로컬 브랜드 탐색의 지름길이고, 기업에게는 유통망을 넓힐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입니다. 부산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7월 10일부터 12일, 벡스코 일정을 먼저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브랜드를 만지고 맛보고 담당자와 이야기 나눠보는 경험이 훨씬 남습니다. 제 경험상, 그 자리에서 발견한 브랜드가 오래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