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굿즈 품절 해프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과 국내 광고 계약 구조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였습니다. 맥도날드 손흥민 컵이 왜 한국에서만 빠졌는지, 그리고 그게 왜 11만 원짜리 리셀 상품이 됐는지를 제가 직접 추적해봤습니다.

계약 충돌이 만든 '한국만 없는 한국 선수 컵'
맥도날드는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을 앞두고 글로벌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손흥민,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지뉴를 포함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 9명의 삽화를 담은 한정판 컬렉터 컵(Collector's Cup)을 전 세계 매장에서 동시 배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컬렉터 컵이란 수집 목적으로 제작된 한정판 음료 용기로, 단순한 포장재를 넘어 팬덤 소비를 겨냥한 굿즈 마케팅의 핵심 수단입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했습니다. 손흥민은 도미노피자, 메가MGC커피, 롯데웰푸드(월드콘) 등 여러 식음료 브랜드의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이었습니다. 여기서 전속 모델 계약이란 특정 모델이 계약 기간 동안 동일 업종 또는 경쟁 브랜드의 마케팅에 이미지가 노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독점적 광고 계약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손흥민이 경쟁사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컵에 얼굴이 실리는 순간 기존 계약사들과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한국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Legal Risk)를 회피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법적 리스크란 계약 위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경영 판단을 말합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도 국내 TV 광고 송출과 손흥민 이미지 컵 제공을 동시에 보류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제가 이 과정을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소비자들의 반응 속도였습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글로벌 모델이 한국 선수인데 한국에서만 못 산다"는 불만이 빠르게 퍼졌고, 해외 매장에서 구한 손흥민 컵이 곧바로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의 플랫폼에서 개당 5만 5,000원에서 최고 11만 원까지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원래 가격의 최대 10배 수준입니다.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표는 리셀 프리미엄(Resell Premium)입니다. 리셀 프리미엄이란 한정판 상품이 공식 유통 채널 외에서 거래될 때 원가 대비 붙는 웃돈 비율을 뜻합니다. 스니커즈, 명품 가방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개념인데, 이번 손흥민 컵처럼 단순한 음료 용기에 900% 넘는 리셀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건 이 컵이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손흥민 컵이 국내에서 갖는 희소성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식 출시 제외로 인한 인위적 희소성 발생
- 해외 매장 실물이 유일한 국내 구매 경로가 됨
- 팬덤 수요와 희소성이 결합하며 리셀가 급등
- 중고거래 플랫폼이 사실상 1차 유통 채널 역할 수행
스포츠 스타 IP가 프로모션의 핵심 자산이 된 이유
7월 12일부터 상황이 정리됐습니다. 한국맥도날드는 아르헨티나와 스위스의 월드컵 8강전 중계에 맞춰 손흥민이 등장하는 TV 광고를 처음으로 송출했고, 13일부터는 전국 매장에서 FIFA 월드컵 세트 프로모션을 재개하면서 손흥민 컵도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약 관련 법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제 경험상 이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배경에 계약 재협상이나 면책 합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캠페인에서 한국만 예외였던 상황이 FIFA 월드컵 토너먼트 중반에 정리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저는 이 사태가 보여주는 더 큰 그림에 주목합니다. 스포츠 스타 IP(Intellectual Property), 즉 선수 개인의 이미지와 초상권을 활용한 지식재산권이 식품·음료 브랜드의 프로모션 핵심 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입니다. IP란 창작물, 초상, 캐릭터 등 무형의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선수 이름이나 사진을 굿즈에 넣는 것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IP 사용 범위 하나가 글로벌 프로모션의 국가별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스포츠 스폰서십 시장 규모는 매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관인 Nielsen Sports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스폰서십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7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그 중심에는 개인 선수 IP를 활용한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이 있습니다(출처: Nielsen Sports). 손흥민 컵 사례는 이 시장의 복잡한 계약 구조가 소비자 경험에 직접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사례들을 찾아보니, 스포츠 스타 IP 충돌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 유독 자주 발생합니다. 국내 스타 선수들이 식음료, 패스트푸드, 편의점 등 겹치는 업종의 브랜드 여러 곳과 동시에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광고 모델 전속 계약 분쟁은 국내 지식재산권 분쟁 중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소비자 입장에서 이 사태를 다시 보면, 컵 하나가 단순한 음료 용기에서 세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 대상이 됐습니다. 월드컵 기념품, 팬심을 드러내는 수집품, 그리고 리셀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되는 순간 브랜드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이 자체적으로 움직입니다. 맥도날드가 국내 출시를 보류한 것은 합리적인 법적 판단이었지만, 그 공백이 리셀 시장을 만들고 팬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는 마케팅 전략상 아쉬운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번 손흥민 컵 사태는 글로벌 캠페인과 로컬 계약 구조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 불만과 리셀 시장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브랜드가 법적 리스크를 피하는 동안, 시장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수요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손흥민 컵을 13일부터 정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는 리셀가가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 사례를 지켜본 브랜드들이 글로벌 IP 계약 구조를 어떻게 재정비할지가 앞으로 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