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20에 전화하면 택시가 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또 앱을 깔아야 하는 건 아닌지 먼저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앱도, 회원가입도 필요 없었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말하면 배차가 되고, 차량 정보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온다는 구조였습니다. 부모님 연령대를 생각하면 이 방식이 왜 필요한지 바로 와닿았습니다.

120 전화 호출로 바뀐 것, 디지털접근성 문제를 직접 건드렸다
혹시 부모님 스마트폰에 카카오T나 우버 앱을 깔아드리려다 포기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앱 설치는 됐는데 회원가입 단계에서 막혔고, 본인 인증 절차를 넘지 못해 결국 제가 대신 불러드린 적이 여러 번입니다.
이 지점이 바로 디지털 접근성(Digital Accessibility) 문제입니다. 디지털 접근성이란 디지털 서비스나 기기를 나이, 장애, 디지털 역량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합니다. 앱 기반 택시 호출 서비스는 편리하지만,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게는 사실상 진입 장벽이 됩니다.
서울연구원의 2024년 택시 이용 시민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40대는 60% 이상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반면, 60대 이상은 약 80%가 길거리에서 직접 손을 흔드는 방식으로 택시를 잡는다고 합니다(출처: 서울연구원). 제가 경험으로 느꼈던 것이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셈입니다. 이 수치가 말하는 건 고령층이 앱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쓸 수 없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서울시의 동행 온다콜택시는 기존 전용 콜센터(1855-0120) 외에 120 다산콜센터로도 신청이 가능해졌습니다. 여기서 120 다산콜센터란 서울시 시정 전반에 관한 안내와 민원을 처리하는 통합 콜센터로, 서울 시민이라면 이미 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번호를 외울 필요 없이 기존에 알던 번호 하나로 택시까지 부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동행 온다콜택시의 주요 이용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용 대상: 만 65세 이상 서울 시민
- 운행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 이용 요금: 무료
- 호출 방법: 120 다산콜센터 또는 전용 콜센터(1855-0120) 전화
- 배차 안내: 차량 위치, 차량 번호, 기사 연락처를 카카오톡 알림톡 또는 문자로 수신
서비스 도입 이후 누적 이용 건수는 지난해 7월 기준 909건에서 올해 5월 6,820건으로 증가했고, 1년 만에 누적 4만 4천 건을 넘었습니다. 수요가 실제로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서비스를 단순한 복지 혜택이 아니라 '입구를 다시 설계한 정책'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그 서비스에 누구나 접근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무료 서비스는 수요가 급증할수록 배차 대기 시간이 늘고, 예산과 기사 확보 문제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초반 반응이 좋을수록 운영 안정화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용 실적과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활력충전소 확대, 고립 예방까지 연결되는 구조인가
택시 한 대 타는 문제가 해결되면 그다음은 뭘까요? 저는 이 질문이 이번 정책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어르신 활력충전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합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걸어서 이용 가능한 생활권 단위 거점인 우리동네 활력충전소를 2030년까지 120곳으로 늘리고, 대규모 복합 여가 공간인 활력충전센터는 2035년까지 8곳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어르신 관계회복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합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개념이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입니다. 사회적 고립이란 가족, 친구,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지속적으로 혼자인 상태를 말하며, 우울감·불안 증가, 인지 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위험 상승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령층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고립 노인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고립 상태가 길어질수록 자발적인 사회참여도 점점 어려워집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이동 지원에서 여가·관계 회복까지 묶으려는 시도는 이런 맥락에서 읽힙니다.
제가 직접 복지관을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보면 노인복지관을 꾸준히 다니는 어르신들과 그렇지 않은 어르신들 사이의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프로그램 자체보다 "갈 이유"와 "갈 수 있는 수단"이 동시에 갖춰졌을 때 비로소 움직이게 된다는 걸, 가까이서 보면 알게 됩니다. 동행 온다콜택시로 이동 장벽을 낮추고, 활력충전소로 갈 곳을 만들고, 관계회복 프로그램으로 연결 고리를 만드는 구조는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라이프코스(Life Course) 관점도 여기서 고려할 만합니다. 라이프코스란 개인의 삶을 출생부터 노년까지 연속적인 단계로 보는 시각으로, 노년기의 사회적 참여와 건강은 이전 삶의 양식과 연결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신노년층, 즉 경제활동과 사회활동 경험이 풍부한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들을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자로 설정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는 접근입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활력충전소 120곳, 활력충전센터 8곳이라는 숫자가 실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프로그램의 질과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입니다. 발표와 실행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건 항상 쉽지 않으니까요.
정리하면, 이번 서울시 정책에서 제가 주목하는 지점은 개별 서비스의 단순 확대가 아닙니다. 이동 → 여가 → 관계라는 흐름을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하려는 시도, 그리고 디지털 약자를 위해 서비스의 '입구'를 다시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주변에 어르신이 있다면, 120번 전화 한 통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것부터 알려드리는 게 지금 당장 가장 현실적인 시작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