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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프라이스 매장 (직매입, 보물찾기 쇼핑, 유통 권한)

by 유뽀리아 2026. 7. 5.

1년 만에 40개 매장. 오프뷰티가 '최대 90% 할인'을 앞세워 이 속도로 번진 걸 보고 솔직히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장 앞에 줄이 서는 걸 보니, 이건 단순한 할인 행사가 아니라 유통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오프프라이스 매장(직매입, 보물찾기 쇼핑, 유통 권한)

직매입 구조가 만드는 '진짜 할인'의 조건

오프프라이스 스토어가 일반 아울렛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가격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입니다. 기존 백화점이나 아울렛은 브랜드가 공간을 임차해 물건을 파는 임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할인폭과 할인 시기를 브랜드가 정하기 때문에, 유통사가 아무리 원해도 깊은 할인을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오프프라이스는 직매입(直買入) 방식을 씁니다. 여기서 직매입이란 유통사가 브랜드로부터 재고나 이월 상품을 현금으로 대량 구매해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물건이 유통사 소유가 되는 순간, 가격을 내릴 권한도 유통사 손으로 넘어옵니다. 며칠 안에 팔리지 않으면 추가 할인을 걸고, 일주일이 지나면 90%까지 낮추는 것도 이 구조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제대로 이해한 건 미국 TJ맥스 얘기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담당 MD(머천다이저)들이 전 세계 공장과 브랜드 운영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취소된 주문이나 과잉 생산된 재고를 통째로 사온다는 방식이 낯설기도 했지만, 왜 같은 브랜드 제품이 입고일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는지는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매장이 '보물찾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언제 어떤 물건이 얼마에 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국내에서도 이 구조가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오프뷰티는 제조사와 브랜드사로부터 과잉 재고를 대량으로 직매입하고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해 소비자에게 할인 폭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1년여 만에 매장 40개를 열었습니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2024년 매출이 1000억 원을 넘어섰고, 이랜드리테일의 NC픽스는 올해 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이미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국내 오프프라이스 시장을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프뷰티: 뷰티 특화, 최대 90% 할인, 현재 40개 매장 운영 (연내 100호점 목표)
  •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의류·잡화에서 뷰티·소형가전·여행용품으로 확대, 연내 23개 매장 목표
  • 현대 오프웍스: 2019년 시작, 현재 7개 점포, 패션·라이프스타일 복합 형태로 리뉴얼 중
  • 이랜드 NC픽스: 2013년 시작, 전국 10개 매장, 6월 매출 전년비 59% 증가

보물찾기 쇼핑이 Z세대를 끌어당기는 이유

오프프라이스 확산을 두고 '고물가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이 형태의 매장을 찾는 건 아니거든요.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쇼핑 경험'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미국 ICSC(국제쇼핑센터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소비자의 48%가 마샬이나 TJ맥스 같은 오프프라이스 소매점에서 가장 자주 쇼핑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세포라나 애버크롬비 같은 전통적 전문 소매점을 가장 자주 찾는다는 비율은 24%에 그쳤습니다(출처: ICSC).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제가 직접 오프프라이스 매장에 몇 번 들러봤는데, 처음 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진열 자체가 정돈돼 있지 않고, 같은 선반에 브랜드도 가격도 제각각인 물건이 섞여 있었습니다.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두 번째부터는 오히려 그게 재미였습니다. 잘 뒤지면 정말 모르는 브랜드 제품인데 품질이 괜찮은 게 나오기도 하고, 아는 브랜드 제품이 생각보다 훨씬 싸게 걸려 있기도 했습니다. 이 '우연한 발견'의 감각이 중독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머천다이징이란 어떤 상품을 어떤 가격에, 어떤 방식으로 진열해 판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련의 기획 과정을 말합니다. 오프프라이스 매장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물건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재고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해서, 어떻게 매장 안에서 회전시키느냐가 매장의 품질을 결정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재고 선별 능력(sourcing capability)을 오프프라이스 매장의 진짜 경쟁력으로 봅니다. 소싱 능력이란 어떤 재고를 언제, 얼마에,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지를 결정하는 유통사의 역량을 뜻합니다. 이 능력이 약하면 아무리 직매입 구조를 갖추더라도 매장이 싸구려 창고처럼 보이는 데 그칩니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가 강남점 리뉴얼을 하면서 뷰티, 여행용품, 소형가전, 글로벌 스포츠 슈즈, 캐릭터 IP 상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힙니다. 단순히 옷 재고를 쌓아두는 곳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미국 노드스트롬 랙의 지난해 순매출이 11% 증가해 백화점 계열인 노드스트롬(1.8%)을 크게 앞선 것도 이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출처: Nordstrom Inc.).

오프프라이스 매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결국 세 가지가 맞아야 합니다. 좋은 재고를 빠르게 확보하는 소싱 능력, 매장 안에서 상품을 끊임없이 회전시키는 운영력, 그리고 소비자가 '여기 오면 뭔가 건질 게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큐레이션 감각입니다. 이 세 가지 없이 그냥 싸게 파는 창고를 만들면 금방 식습니다.

오프프라이스 시장의 확산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어떤 플레이어가 소싱과 운영력을 갖추느냐에 따라 판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매장을 돌아보면서 물건의 질과 구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게, 이 시장을 가장 빠르게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번 들러서 기대 이하였다고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재고가 회전되는 타이밍을 조금씩 익혀가면 생각보다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news.nate.com/view/20260704n04933?mid=n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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