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네 카페 사장님이 키오스크를 들여놓으면서 "이러면 저도 살고 손님도 편하잖아요"라고 웃으셨는데, 그 뒤로 거기서 일하던 알바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문제는 숫자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현장 가까이에서 보면 사장과 노동자 중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금 시급 1만 320원을 둘러싼 논쟁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인건비 부담, 숫자 뒤에 있는 현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7%가 현행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고용원이 있는 사업체 중 92.7%는 인건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했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도 74.9%에 달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이 조사는 최저임금 협상 시즌을 앞두고 소상공인연합회가 직접 실시한 것입니다. 표본 선정 방식이나 사업장 규모, 실제 인건비 비중 같은 조사 설계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익 감소의 원인을 인건비만으로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임대료, 원재료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동시에 올라간 상황에서 "이익이 줄었다"는 응답을 인건비 탓으로만 읽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주변 가게들을 보면서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임금이 올랐다고 바로 직원을 자르는 경우보다는, 사장이나 가족이 빈 시간을 직접 메우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먼저 버티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인건비 인상이 고통스럽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곧 고용 해소로 직결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영업이익(Operating Profit)이란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뺀 수치, 즉 본업에서 실제로 남긴 돈을 의미합니다.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가 모두 이 항목을 깎아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요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회계 분석 없이는 분리가 어렵습니다.
고용 축소, 사장도 알바도 웃지 못하는 구조
설문에서 인건비 대응책으로 가장 많이 꼽힌 항목은 고용 축소 및 신규 채용 중단(38.4%)이었습니다. 그 뒤를 무인화·자동화 도입과 근로시간 축소가 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검토한다"는 의향이 실제 해고로 이어지는 비율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매장을 혼자 돌리거나 가족을 투입하는 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더 자주 목격한 변화는 고용 형태의 파편화였습니다. 주휴수당(週休手當)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한 사람의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잘게 나누는 방식입니다. 주휴수당이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하루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로, 이를 피하려고 단시간 계약을 여러 개로 쪼개는 방식이 늘고 있습니다.
알바 노동자 쪽에서 보면 상황은 또 다릅니다. 시급이 올라도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월수입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현재 시급으로 서울에서 월세와 식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은 저도 주변에서 꽤 들었습니다. 노동계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실질임금(Real Wage)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질임금이란 명목 임금을 물가 상승률로 나눈 값, 즉 실제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임금 수준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되었는지조차 불확실합니다.
실제로 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했을 때, 저임금 노동자의 구매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숫자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매출은 정체되어 있는데 임금, 임대료, 원재료비, 플랫폼 수수료가 모두 오르면, 그 부담은 어딘가에서 새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이 덜 가져가거나, 직원이 덜 일하거나, 아니면 손님이 더 내거나. 이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 지금 상황입니다.
업종별 적용,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소상공인연합회는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제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설문에서 특히 부담이 크다고 나온 업종은 커피전문점, 미용업, 도소매업이었습니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객단가 인상이 쉽지 않은 업종들입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라는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 제도를 지지하는 분들은 서울 강남의 카페와 지방 소도시의 편의점이 같은 임금 기준을 따르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저도 그 현실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면, 결국 그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생활 기준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내가 어떤 업종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법이 보장하는 생활 수준이 달라지는 셈이 됩니다.
저는 임금을 낮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고용유지지원금처럼 사업주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면서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더 지속 가능합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이란 경영 악화로 인한 인력 감축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사업주에게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 플랫폼 배달 수수료 규제, 영세사업장 사회보험료 감면을 함께 묶으면, 임금을 낮추지 않고도 사업주의 실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 지원 관련 정책 정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을 검토할 때 함께 살펴야 할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자의 최저생계비 기준이 업종에 따라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
- 사업주가 특정 업종으로 편입하려는 제도 우회 가능성
- 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지역 경제 순환 효과
- 고용유지지원금, 수수료 인하 등 임금 외 비용 구조 개선 방안의 병행 여부
결국 최저임금 논쟁에서 사장도 노동자도 편안한 단일 정답은 없습니다.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숫자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느낀 것도 그겁니다. 현장의 어려움은 진짜이지만, 그 어려움의 원인과 해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임금 수준을 어떻게 정할지 의견을 형성하기 전에, 내가 사장 입장에서만, 혹은 노동자 입장에서만 보고 있지 않은지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노무 또는 경영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