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하나가 문을 닫는 것과 대형 유통기업이 파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2026년 7월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직원 1만 2000여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해결될 것이라 막연히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회생절차 폐지, 왜 결국 이렇게 됐나
일반적으로 기업 회생은 "시간이 걸려도 살아남는 쪽"으로 결론 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홈플러스 사례를 들여다보니,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회생 과정에서 매출은 계속 줄었고, 오히려 공익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여기서 공익채권이란, 회생절차 중에 발생한 급여·물품대금·세금처럼 일반 회생채권보다 먼저 갚아야 하는 최우선 청구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버티는 동안 쌓인 비용이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빚이 되는 구조입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수퍼마켓 사업) 부문 매각에는 성공했지만, 잔존 사업부에 대한 M&A(인수·합병)가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그 사이 공익채권 규모는 급증했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분명했습니다. 회생계획을 실제로 수행하려면 최소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기한이 두 차례 연장되는 동안에도 이 자금 조달 방안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는 점포·인력 감축으로 1조 2000억 원의 비용을 줄였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추가 운영자금 확보 방안은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당장 굴릴 돈이 없으면 사업 지속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이번 결정으로 포괄적 금지명령도 해제됩니다. 포괄적 금지명령이란 회생절차 중에 채권자들이 강제집행, 가압류, 경매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두는 보호막을 뜻합니다. 이게 풀리면 채권자들이 홈플러스 자산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직원, 입점 점주, 납품업체, 전단채 투자자 모두가 그 피해권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피해가 예상되는 주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원 약 1만 2000명 (이 중 7000명은 이미 생활비 대출까지 받은 상황)
- 홈플러스 매장 내 입점 업체 점주
-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
- 전단채(전자단기사채) 투자자
전단채란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전자 형태 채권을 말합니다. 일반 투자자들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홈플러스 파산 시 피해 범위는 금융 시장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책임의 순서, 그리고 유통업 구조조정의 민낯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무너지면 경영진 책임을 가장 먼저 묻는 것이 맞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책임의 순서가 뒤집혀 있었습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그 비용은 고스란히 직원과 협력업체에 먼저 전가됐습니다. 7000명이 생활비 대출까지 받았다는 노조 측 발표를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임금 체불이 이미 가계 부채 문제로 번진 상황이었습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MBK파트너스를 "명확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주범", 메리츠금융그룹을 "공범"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강한 표현이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사모펀드(PE)가 대형 유통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반복하는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여기서 사모펀드(PE, Private Equity)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해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구조를 말합니다. 장기적인 사업 성장보다 재무적 수익 최적화에 집중하는 특성이 있어, 위기 상황에서 고용 안정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도 이 사태의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쿠팡, 컬리 같은 플랫폼들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앞세우면서 대형마트 특유의 고정비 구조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제가 직접 장을 보는 패턴을 돌아보면, 마트에 직접 가는 빈도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런 소비 패턴의 변화는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유통업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홈플러스는 회생 기간 내내 매출 감소와 고정비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버텨야 했습니다.
정부는 임금 체불 근로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 원의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저금리 융자와 실업급여 지원에 나설 방침입니다. 협력업체를 위해서는 긴급 경영안정 자금 900억 원, 특례 보증 3500억 원 등 총 44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예고했습니다(출처: 재정경제부). 제 경험상 이런 긴급 지원책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유효하지만, 기업 정상화나 고용 회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임금 체불과 관련한 법적 보호 구조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채권보장제도는 사업주가 도산 등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도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 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홈플러스 직원이라면 반드시 확인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즉시항고 기한인 14일 이내에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면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입니다. 즉시항고 없이 기한이 지나면 파산 절차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대형마트 하나의 실패'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통 대기업 하나가 무너질 때 지역 고용, 납품망, 투자자 신뢰까지 얼마나 넓게 흔들리는지, 이번 홈플러스 사례가 그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4일이 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관련이 있는 분들이라면 고용노동부 임금체불 신고 절차와 정부 지원책을 지금 바로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적·재무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