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높은 감독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면,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소 16강은 갔어야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저는 남아공전 패배 다음 날 아침, 이 이야기를 보면서 한참 멍했습니다. 분하다기보다 허탈했습니다. 48개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 대회에서, 비기기만 해도 진출하는 경기를 졌으니까요.

연봉 비교: 숫자가 폭로한 불편한 진실
글로벌 급여 분석업체 샐러리리크스(SalaryLeaks)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한 48개국 감독의 연봉 추정치를 공개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추정 연봉은 216만 유로, 한화로 약 38억 원으로 전체 48개국 중 16위에 해당합니다. 국내에 알려진 금액인 약 20억 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여기서 샐러리리크스란 각국 공개 계약서와 신뢰도 있는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감독·선수 연봉을 추정해 공개하는 민간 분석 서비스입니다. 공식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 수치를 확정 연봉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38억 원은 터무니없는 정보이며 실제 연봉은 알려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숫자가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비교 대상 때문입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연봉 추정치는 82만 유로, 약 14억 원으로 홍 감독 추정치의 절반도 안 됩니다. 한국에 결정적 패배를 안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휴고 브로스 감독은 90만 유로, 약 16억 원 수준입니다. 체코의 코우베크 감독은 18만 유로, 약 3억 원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조 1위로 32강에 진출했고, 남아공은 한국을 꺾었습니다.
저는 이 비교 자체가 가진 함정도 짚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퍼포먼스 인센티브(성과 보너스)란 기본 연봉 외에 성적에 따라 추가 지급되는 금액을 말하는데, 국가마다 이를 포함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세금 처리 방식, 코치진 인건비의 포함 여부도 제각각입니다. 단순 숫자 비교만으로 "돈 많이 주고 못했다"고 잘라 말하기엔 변수가 많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실패의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조별리그 탈락: 전술과 경기 운영의 민낯
저는 이번 탈락에서 연봉보다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 숫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슈팅 수였습니다. 남아공전에서 한국은 볼 점유율 68%로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여기서 볼 점유율이란 전체 경기 시간 중 해당 팀이 공을 가지고 있던 비율을 뜻하는데, 68%면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슈팅 수는 8대 13으로 오히려 밀렸습니다. 공은 많이 가졌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는 전술적 빌드업(build-up) 실패를 드러냅니다. 빌드업이란 수비 진영에서 공을 안전하게 연결해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는 과정인데, 점유는 높지만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건 빌드업이 공격 마무리까지 연결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한국은 0-1로 패했고, 이 패배로 1승 2패, 승점 3으로 조 3위에 머물렀습니다.
조별리그 탈락 후에도 가능성이 남아 있었습니다. 와일드카드(wild card) 티켓이 그것입니다. 와일드카드란 조별리그 각 조의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에게 32강 진출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 기회마저 잡지 못했습니다. 득실차 -1이 발목을 잡았고,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을 3-1로 꺾으며 승점 4를 확보하자 탈락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사흘간 베이스캠프에서 타 팀 경기 결과만 기다리는 장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기다림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가혹했을지 싶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의 주역인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탈락 확정 직후 "21세기 들어 월드컵 본선에서 가장 무기력한 경기로 지고 탈락했다"고 말했습니다(출처: KBS 스포츠). 한국 축구를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 중 하나가 꺼낸 말이라 더 무게가 있었습니다.
책임 기준: "봉사"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마지막 봉사를 하기로 했다"는 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홍 감독이 2024년 선임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직접 한 발언입니다. 팬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단순히 연봉 액수가 아니라 이 발언과 조별리그 탈락의 대비였습니다. "봉사치고는 비싼 봉사"라는 말이 인터넷을 달군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반응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비판의 방향이 좀 더 날카로운 곳을 겨냥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38억 원 수치보다, 실제로 확인 가능한 지점들이 더 설득력 있는 비판 근거가 됩니다.
한국 축구 성과 평가에서 짚어야 할 실질적인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남아공전 슈팅 열세(8대 13): 점유율 우위에도 불구하고 공격 전환 실패
- 조별리그 3경기 전술 운영: 선수 기용의 일관성과 전반적인 경기 계획 공개 여부
- 감독 선임 과정의 투명성: 대한축구협회가 공개 공모 없이 수의 계약 형태로 홍 감독을 선임한 경위
- 계약서 및 성과 기준 공개 여부: 어떤 목표치를 설정하고 계약했는지, 미달 시 어떤 절차가 있는지
여기서 수의 계약이란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상대방과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을 뜻합니다. 공개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 감독을 선임한 당시 과정이 논란이 되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는 FIFA(국제축구연맹) 거버넌스 권고 기준인 투명한 감독 선발 절차와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출처: FIFA 공식 사이트).
제 경험상, 이런 논란이 터질 때마다 금액 싸움으로만 흘러가면 정작 중요한 구조 문제는 흐지부지되곤 합니다. '얼마 받았냐'보다 '어떤 목표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느냐'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더 생산적인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번 탈락이 한국 축구에 남긴 숙제는 단순히 홍 감독 거취 문제만이 아닙니다. 대한축구협회가 감독 계약 내용, 성과 평가 기준, 선임 과정을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 것인지가 더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분노가 식기 전에 그 방향으로 목소리를 모아야 다음 사이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게 팬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mt.co.kr/sports/2026/06/28/2026062812352135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