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모빌리티쇼를 보통 "자동차 회사들의 홍보 잔치"쯤으로 여겼는데, 2026 부산모빌리티쇼는 조금 달랐습니다. 12개국 141개사가 벡스코에 모였고, 전시된 차들의 방향이 제각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AI를 심었고, 누군가는 가격을 낮췄고, 누군가는 한정판 번호를 붙였습니다. 이 세 가지 전략이 사실은 서로 다른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걸, 전시장을 돌다가 비로소 느꼈습니다.

신형 아반떼, AI를 심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8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아반떼'는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화제였습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탑재한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란 차량의 기능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개념을 말합니다. 스마트폰이 앱 업데이트로 새 기능을 받듯, 차도 출고 이후에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방향성은 분명히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저는 전시장 부스에 서서 솔직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실제로 타는 사람이 체감하는 건 결국 반응 속도와 오류 빈도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처음 몇 달은 괜찮다가 누적 주행이 쌓이면 슬로우다운이 오는 경우를 여러 차에서 경험했습니다. 글레오 AI가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는 3분기 가격 공개 이후 시승을 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반떼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가격과 이전 세대 대비 실질 가성비를 함께 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부 트림과 판매가가 아직 비공개인 상황에서 디자인만 보고 계약 의향을 갖기엔 이릅니다.
BYD 씨라이언 6 DM-i, PHEV로 틈새를 파고들다
BYD가 국내 모빌리티쇼에 처음 참가해 공개한 '씨라이언 6 DM-i'는 375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핵심입니다.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란 외부 충전과 내연기관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순수 전기차처럼 플러그로 충전하면서도 배터리가 소진되면 엔진으로 달릴 수 있어 충전 인프라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씨라이언 6 DM-i는 18.3kWh 용량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 모드로만 최대 70km를 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블레이드 배터리란 BYD의 독자 개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셀을 칼날처럼 납작하게 쌓아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열 안정성을 개선한 기술입니다. 단순히 용량만 큰 배터리가 아니라 안전성과 수명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주장하는 BYD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V2L(Vehicle to Load) 기능도 탑재했는데, 여기서 V2L이란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에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합니다. 캠핑이나 야외 작업 시 발전기처럼 쓸 수 있어 실용성이 높습니다.
씨라이언 6 DM-i를 실용적으로 보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따져보길 권합니다. 집이나 직장에서 충전할 환경이 있는지가 PHEV 구매의 실질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전기 모드 70km는 매일 완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연료비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아파트 주차장 충전 설치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체감 효과가 크게 줄 수 있습니다. 또한 BYD의 국내 공식 서비스 센터 수와 부품 수급 속도는 아직 검증 기간이 필요한 변수입니다.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할 핵심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택 또는 직장 주변의 충전 환경 확보 여부
- 실도심 연비와 공인 연비 간 차이 (공인 수치는 최적 조건 기준)
- 전국 공식 서비스망 위치와 평균 입고 대기 시간
- 배터리 보증 기간 및 잔존가치 보장 조건
- 출고 대기 기간과 실 취득세 혜택 여부
기아 PV5와 제네시스 GMR-001, 두 개의 다른 미래
기아는 이번 전시에서 PBV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PBV(목적기반차량)란 특정 용도에 맞게 설계된 차량으로, 한 플랫폼 위에서 화물용, 승객용, 특수 목적용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환할 수 있는 모빌리티 개념입니다. 기아가 공개한 PV5 카고 하이루프, 패신저 프라임, 패신저 2-2-3 외에도 아이스크림 트럭, AI 순찰차, 이동형 펫 팝업스토어 등 특장 모델을 함께 선보인 것도 이 이유에서입니다.
제가 직접 PV5 전시 공간을 확인해 보니, 실내 높이와 적재 레이아웃이 실용성 중심으로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달 사업자나 소규모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유용한 차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전기차 수요는 2027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PBV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합니다(출처: 한국자동차연구원).
반면 제네시스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보여줬습니다. 고성능 레이싱 브랜드 마그마(MAGMA)의 콘셉트를 담은 'GMR-001 하이퍼카' 디자인 모델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고,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2회 우승한 드라이버 안드레 로테러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여기서 WEC(월드인듀어런스챔피언십)란 르망 24시간을 포함한 세계 내구 레이싱 시리즈를 의미하며, 자동차 내구성과 기술력을 극한까지 검증하는 무대입니다. 제네시스가 이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브랜드의 기술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보입니다.
BMW 7시리즈 네로 루쏘, 희소성이라는 전략
이번 전시에서 BMW 그룹 코리아가 공개한 '7시리즈 네로 루쏘 에디션'은 국내 29대 한정 판매 모델입니다. 네로 루쏘(Nero Lusso)는 이탈리아어로 '럭셔리한 블랙'을 뜻하며, 7시리즈 최상위 플래그십에 익스클루시브 컬러와 인테리어 옵션을 더한 한정판입니다.
이 모델을 두고 "한정판이라도 결국 같은 차"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한정판 전략 자체는 자동차 마케팅에서 오래되고 효과적인 수요 창출 방식이라고 봅니다. 국내 29대라는 숫자는 가격 흥정의 여지를 없애고 대기 수요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는 대중적인 구매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희소성과 개인 취향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실용적인 이동 수단을 고르는 관점에서 이 차를 비교 대상에 넣는 건 처음부터 맞지 않습니다.
BMW는 이외에도 i7 M70 xDrive 퍼포먼스 투톤 에디션, MINI JCW 에이스맨, BMW 모토라드 M 1000 RR 등 13종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MINI는 오는 7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JCW 개러지'를 오픈한다고 밝혔는데, JCW 고객 전용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럭셔리 브랜드의 고객 경험 확장 전략과 맥을 같이합니다. 국내 수입차 등록 대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프리미엄 고객을 묶어두려는 시도로 읽힙니다(출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이번 부산모빌리티쇼를 돌아보면서 저는 한 가지 기준을 다시 잡았습니다. 전시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차는 항상 좋아 보입니다. 중요한 건 내 생활 반경과 충전 환경, 총보유비용(TCO)이 맞는지를 냉정하게 따지는 것입니다. 신형 아반떼는 가격과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공개된 뒤, 씨라이언 6 DM-i는 충전 환경을 확인하고 시승한 뒤, 그리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건 그 다음 순서입니다. 발표된 수치보다 내 일상과 얼마나 맞는지를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