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가 매달 빠져나가는데, 내가 뭘 구독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저도 가계부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음악 앱, OTT 두 개, 가전 구독까지 합치니 매달 6만 원 넘게 자동결제가 되고 있었거든요. 정부가 발표한 '생활밀착 서비스 개선방안'은 바로 이 지점을 제도적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갑니다.

구독해지를 막는 다크패턴, 이제는 법으로 금지된다
혹시 '다크패턴(Dark Pattern)'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여기서 다크패턴이란 소비자가 서비스를 해지하거나 환불을 요청하기 어렵도록 UI·UX를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해지 버튼을 화면 깊숙이 숨겨두거나, 해지 신청 화면에 수십 개의 확인 단계를 넣어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한 OTT 플랫폼의 해지 버튼은 설정 메뉴 4단계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찾는 데만 5분이 걸렸고 중간에 '정말 해지하시겠습니까? 이 혜택을 잃게 됩니다'라는 팝업이 두 번이나 떴습니다. 이런 설계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는 점을 알고 나서는 솔직히 불쾌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구독 내역을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해지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전자상거래법을 엄중 집행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다크패턴 금지 규정을 명시적으로 추가할 방침입니다. 이미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서는 다크패턴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한참 늦은 셈입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핵심적으로 금지되는 다크패턴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지·탈퇴 경로를 가입보다 복잡하게 설계하는 방식
- 해지 신청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계를 반복 삽입하는 방식
-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옵션을 기본 선택(디폴트)으로 설정해두는 방식
전기차 배터리 구독, 기대만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본 항목은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도입이었습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배터리가 차지한다는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그러면 배터리를 빼고 살 수 있다면 진입 장벽이 많이 낮아지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배터리 구독 서비스는 BaaS(Battery as a Service) 모델로 불리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차는 구매하되 배터리는 월정액을 내고 빌려 쓰는 방식으로, 초기 구매 비용을 낮추는 대신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NIO, 프랑스의 르노 등 일부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는 이미 이 모델을 운영 중입니다.
다만 제 생각으로는, 월 구독료와 충전료가 어느 수준으로 책정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초기 차량 가격은 낮아져도 10년 치 구독료를 합산했을 때 기존 구매 방식보다 총비용이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터리 소유권이 구독 사업자에게 있을 경우, 잔존가치(Residual Value), 즉 차량을 중고로 팔 때 배터리를 포함한 감가상각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명확히 정해져야 합니다. 정부가 "월 충전료, 구독료가 낮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증 사업자와 리스 사업자의 협의가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항공사 일방 예약취소와 운수권 불이익, 제대로 된 억제책인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항공사가 유가 급등을 이유로 소비자 표를 무더기로 일방 취소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 제재 수단으로 운수권 배분 불이익을 선택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서 운수권이란 특정 국제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국가 간 항공협정에 따라 각 나라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것으로, 인천,뉴욕처럼 수요가 많은 노선의 운수권은 항공사 수익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입니다. 이 운수권 배분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건 항공사에 상당히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 자료에 따르면, 국제선 운수권 배분은 매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며 노선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이 권리를 잃는다는 건 항공사 입장에서 수익성 높은 노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소비자 표를 함부로 취소하는 행동에 대한 억제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유가 급등처럼 불가피한 외부 충격이 있을 때 항공사의 손실을 어디까지 감수하게 할 것인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소비자 보호와 항공사 경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이 제도의 실효성을 결정할 것입니다.
시야제한석 고지부터 관리비 투명성까지, 작지만 중요한 변화들
이번 개선방안에서 저는 시야제한석(Obstructed View Seat) 고지 의무화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야제한석이란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에서 기둥, 설비 등으로 인해 무대 또는 경기장 일부가 가려진 좌석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표를 사고 가보니 무대 오른쪽 절반이 기둥에 가린 경우가 바로 이 케이스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속상한 상황인데, 현재까지는 고지 의무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가 사전에 알기 어려웠습니다.
관리비 투명성 강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공인중개사의 공동 관리비 설명 의무가 신설된다는 점은, 임차인이 계약 전 관리비 항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월세 외에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모른 채 계약했다가 입주 후 당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이 조항은 특히 1인 가구나 사회초년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4.5%에 달하는데, 이들이 주로 영향을 받는 임대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출처: 통계청).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민박 허용, 이동식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도입, 자율주행 수요응답형(DRT) 버스 운행 개시 등도 생활 깊숙이 들어오는 변화입니다. DRT(Demand Responsive Transit)란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의 호출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교통 서비스로, 심야나 교통 취약 지역에서 이동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식입니다.
결국 이번 발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보 비대칭 해소'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소비자가 몰라서, 혹은 알기 어렵게 만들어져서 손해를 보는 구조를 하나씩 제도적으로 바로잡겠다는 방향성은 맞다고 봅니다. 다만 좋은 취지가 실제 효과로 이어지려면, 전기차 배터리 구독의 요금 체계처럼 세부 기준이 소비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서비스를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가 정보를 충분히 갖고 불리하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9월 구독 통합 서비스 출시 이후 실제로 얼마나 편리한지, 직접 써보고 다시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