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뉴스브리핑

대체 커피 (헬시플레저, 디카페인, 치커리)

by 유뽀리아 2026. 7. 25.

밤 11시에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마시면 새벽 2시까지 뒤척일 게 뻔한 그 상황. 저도 꽤 오래 그 딜레마를 안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치커리 뿌리로 만든 대체 커피를 처음 접한 뒤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커피를 포기한 게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게 됐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체 커피 (헬시플레저, 디카페인, 치커리)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원두값 상승이 만든 변화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커피도 아닌 게 무슨 맛이 나겠어'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마셔보니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스로 내리면 특히 그렇습니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커피 특유의 산미(酸味), 즉 신맛과 쓴맛이 둔해지는데, 그 덕분에 대체 커피와 진짜 원두커피의 차이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한국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워낙 즐기는 시장이라, 대체 커피가 자리 잡기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게 이해가 됐습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입니다. 헬시플레저란 건강을 관리하면서도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 방식을 뜻합니다. 임산부나 카페인 민감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면의 질을 높이거나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 디카페인이나 대체 커피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원두 가격 상승입니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커피 생산국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 불안이 반복되면서, 국내 커피 수입액은 지난해 16억 992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6.7% 급증했습니다. 수입 물량 자체는 거의 그대로인데 지불하는 돈은 훨씬 많아진 것입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대안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디카페인 수입량 급증과 대체 커피의 실력

수치로 보면 변화가 꽤 빠릅니다.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2023년 6,521톤에서 2025년 1만 40톤으로 2년 만에 53.9% 증가했습니다. 반면 카페인이 든 일반 원두·생두의 수입량은 같은 기간 3.9% 느는 데 그쳤습니다(출처: 관세청). 이 추세대로라면 일반 커피 수입량이 연간 기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대체 커피 제품의 원료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주요 원료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치커리 뿌리: 쓴맛과 색깔 구현이 뛰어나 대체 커피 원료 중 가장 널리 쓰입니다.
  • 보리(맥아):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오르조(Orzo) 방식으로, 곡물 특유의 풍미가 있습니다.
  • 민들레 뿌리: 치커리와 비슷한 계열로 쓴맛이 비교적 부드럽습니다.
  • 씨앗·허브 혼합: 미국의 애토모 커피가 이 방식을 사용하며, 바디감(body)까지 구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디감이란 커피를 마실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질감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오르조(Orzo)란 이탈리아어로 보리를 뜻하며, 볶은 보리를 에스프레소처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국내에서는 매일유업이 '바리스타룰스 오르조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RTD(Ready-To-Drink)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RTD란 별도 조리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도록 포장된 음료 형태를 말합니다. 출시 초기 초도 물량이 완판될 정도였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이런 반응은 단순한 호기심 구매만으로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맛이 어느 정도 받쳐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의 상반기 대체 커피 매출이 전년 대비 35.7% 오른 것도, 빙그레가 치커리 원료 RTD 음료를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업계가 이 흐름을 확신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대체 커피, 어떻게 볼 것인가

대체 커피를 단순히 '커피 못 마시는 사람을 위한 대용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건 카페인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침에 따뜻한 잔을 들고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 식후에 쓴맛 한 모금으로 마무리하는 습관, 카페에서 아이스 음료를 들고 있는 감각 말입니다.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사고 있는 것이지, 카페인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경험을 유지하면서 카페인을 줄일 수 있다면, 대체 커피는 충분한 존재 이유가 생깁니다. 다만 재구매로 이어지려면 맛, 가격, 원료 신뢰성이 동시에 충족돼야 합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전 세계 대체 커피 시장이 2035년까지 약 49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전망이 실현되려면 결국 '한 번 사보는 제품'에서 '습관적으로 찾는 제품'으로 넘어가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저도 요즘은 오후 3시 이후엔 대체 커피를 택하는 편입니다. 완전히 같은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걸 몸이 먼저 알게 됐습니다. 밤에 편하게 잠드는 것도 결국 건강한 선택이니까요. 대체 커피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으셨다면, 아이스로 먼저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진입 장벽이 훨씬 낮을 겁니다.


참고: https://news.nate.com/view/20260725n00706?mid=n0302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쉬운 접근, 진짜만 전달하는 이슈 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