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뉴스브리핑

야구 유니폼 18만원?! (소속감, 팬덤 경제, 직관 문화)

by 유뽀리아 2026. 7. 20.

유니폼 한 벌에 18만원.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야구장에 가면 결국 사게 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응원복인데 왜 이렇게 비싸?"라고 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직접 야구장에 가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수만 명의 팬들 사이에 앉아봤더니, 그 순간 가격 계산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더군요.

야구 유니폼 18만원(소속감, 팬덤 경제, 직관 문화)

유니폼이 '응원복'에서 '정체성'이 된 배경

야구장에서 유니폼이 갖는 역할은 단순한 의류를 넘어섰습니다. 저는 이걸 '팬 아이덴티티(Fan Identity)', 즉 팬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외부에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봅니다. 쉽게 말해, 유니폼은 "나는 이 팀 사람이다"라는 선언입니다.

그 선언이 얼마나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서울대·부산대 공동 연구진이 야구팬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곧바로 동질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는 응답이 다수였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야구를 그냥 '보러' 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경기장 전체가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작동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팬들이 유니폼을 컬렉션으로 모으게 만드는 심리로도 이어집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선수 은퇴식에서 한 팬이 15년간 모은 유니폼 90여 벌을 외야에 펼쳐놓은 장면은 그 자체로 팬심의 연대기였습니다. 그 90벌 안에는 그가 직관했던 수백 번의 경기와 기억이 담겨 있었을 겁니다. 단순한 의류 소비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팬덤 경제와 구단 수익의 선순환 구조

이 현상의 뒤에는 팬덤 경제(Fandom Economy)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팬덤 경제란 특정 스포츠 팀, 선수, 혹은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애착이 실제 소비 행위로 연결되어 시장 규모를 형성하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유니폼은 그 팬덤 경제의 가장 전형적인 상품입니다.

구단들도 이 흐름을 정밀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LG트윈스는 '태닝키티'나 '마루는 강쥐' 같은 인기 캐릭터와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즉 서로 다른 브랜드나 IP가 협력해 공동 상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시즌마다 새 유니폼을 선보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런 컬래버 유니폼은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이번 시즌에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Scarcity)을 의도적으로 심어주는 전략이었습니다. 여기서 희소성이란 특정 상품이 한정된 수량이나 기간에만 공급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원리를 의미합니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납니다. 롯데 자이언츠는 2015년 영업손실을 냈던 구단에서 2025년 약 1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구단으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같은 기간 유니폼과 굿즈를 포함한 부대사업 수익은 6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2024년에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를 기념한 유니폼 단일 라인이 매출 100억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프로야구 구단의 수익 구조 변화를 이끈 핵심 동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팬덤 소비를 겨냥한 한정판·컬래버 유니폼 출시 주기 단축
  • 2030세대 여성 팬 유입 확대 (현대백화점 팝업스토어 방문객 70%가 2030 여성)
  • 인기 선수 마킹 서비스와 선수 기념 유니폼을 통한 개인화 소비 자극
  •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경험 공간 확장으로 구매 접점 다양화

소비 방식이 바뀐 직관 문화, 앞으로는

저는 이 현상을 유니폼 판매량 증가 그 자체보다,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신호로 읽습니다. 예전의 직관(直觀), 즉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람하는 행위는 '경기를 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어느 팀의 팬인지를 보여주고, 그 팬으로서의 기억을 물건으로 쌓는 소비가 직관 경험의 중심축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런 변화는 MZ세대의 소비 특성인 경험 소비(Experience Consumption)와 맞닿아 있습니다. 경험 소비란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을 통해 얻는 경험과 감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 형태를 뜻합니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그 집단적 경험이, 결국 18만원짜리 유니폼의 실질적 가치입니다.

다만 저는 한 가지는 조심스럽게 봅니다. 한정판 출시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지면 팬들 사이에서 '피로 소비'가 쌓일 수 있습니다. 팬심을 소비로 연결하는 구조가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소비가 아닌 피로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단이 이 선순환 구조를 지속하려면 팬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핵심일 것입니다(출처: 매일경제).

국내 스포츠 산업 전반의 시장 규모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 용품 및 굿즈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프로야구 관련 상품 시장은 그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유니폼 한 벌을 산다는 건, 결국 그 팀과 함께한 어느 날의 기억을 옷장에 걸어두는 일입니다. 가격이 부담스럽더라도 팬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감정이, 앞으로도 프로야구 직관 문화를 이끄는 가장 강한 동력이 될 거라고 봅니다.


참고: https://news.nate.com/view/20260719n05142?mid=n0302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쉬운 접근, 진짜만 전달하는 이슈 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