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려고 은행 문을 두드렸다가 허탈하게 돌아선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작년에 매수를 알아보다가 DSR 한도에 막혀서 원하는 금액의 절반도 못 빌린다는 걸 알고 한동안 포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 방식이 알려지면서 '셀러 파이낸싱'이라는 말이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고, 강남 일부 매물에는 '집주인 대출 6억'이라는 조건까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가 강할수록 시장은 다른 출구를 찾는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셀프대출이라 불리는 셀러 파이낸싱, 개념부터 짚어보면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이란 매도인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매수인에게 직접 잔금 일부를 빌려주는 거래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은행 역할을 대신하는 구조입니다. 은행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적으로 자금 조달을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번에 알려진 거래에서는 아파트 매각대금 29억 원 중 채권최고액 약 17억7000만 원 규모의 근저당권이 설정됐습니다. 여기서 근저당권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의 부동산에 일정 한도 내에서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담보 권리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은행 담보대출에서 설정하는 방식과 동일한 법적 구조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금융기관이 아닌 매도인이 채권자가 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실제로 강남구 자곡동 아이파크 전용 59㎡ 매물에 '집주인 대출 6억' 조건이 붙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매매가 20억 원 중 6억 원을 매도인이 직접 빌려주고 매수인은 나머지 14억 원만 마련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사례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실제로 되는 거야?" 싶었습니다. 법적으로 불법은 아닌데, 현실에서 이 방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게 묘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근저당권 설정의 실제 구조와 놓치기 쉬운 함정
셀러 파이낸싱 거래에서 핵심은 계약서 작성과 근저당권 설정의 정밀함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사례를 들여다보니 이 부분에서 허술하게 처리하다가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이자율과 상환 조건입니다. 셀러 파이낸싱에서 증여세 문제가 생기는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세청은 개인 간 금전 거래에서 이자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상환 조건이 불분명할 경우 이를 증여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증여세란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무상 또는 저가로 이전받은 경우 부과되는 세금으로, 시가보다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리면 그 차액만큼 증여로 보는 논리입니다.
현행 세법상 적정 이자율(법정이자율) 기준은 연 4.6%입니다. 이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면, 그 차액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예를 들어 6억 원을 무이자로 빌렸다면 연 2,760만 원 상당의 이자를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금액이 연간 증여재산공제 한도를 초과하면 세금 폭탄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
셀러 파이낸싱 거래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자율 조건이 연 4.6% 이상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
- 원금 상환 일정과 방식이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
- 근저당권 설정 등기가 정식으로 완료되었는지 여부
- 이자 지급 내역이 금융 거래 기록으로 남는지 여부
- 자금 출처 조사 대비 관련 서류가 완비되어 있는지 여부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시장은 우회로를 찾는다
저는 이번 논란을 특정 정치인의 거래 방식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정치권 공방보다 눈에 들어온 건 따로 있었습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시장은 반드시 다른 출구를 만들어낸다는 패턴입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 대출이 사실상 막혔고, 이 상황이 셀러 파이낸싱 같은 사적 금융 수요를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DSR이란 연간 총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금융기관이 대출을 거절하는 구조입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은행 창구에서 막힌 실수요자들이 다른 방법을 찾는 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수요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 우회로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셀러 파이낸싱이 가능하려면 매도인이 수억 원을 직접 빌려줄 수 있을 만큼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자산가와 일반 실수요자 사이의 거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구조가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불법이냐 아니냐"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출 문이 좁아질수록 자금력이 있는 쪽이 더 유리한 거래 조건을 만들 수 있고, 자금력이 없는 쪽은 시장 자체에서 밀려납니다.
이 방식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셀러 파이낸싱이 합법이고 시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방식이라면, 이 거래를 탐색 중인 분들이 실질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거래는 계약 구조가 조금만 어긋나도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분쟁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자금출처조사에 대한 준비가 필수입니다. 자금출처조사란 국세청이 부동산 거래 시 매수인의 자금 조달 경위를 확인하는 절차로, 출처가 불분명하면 소명 자료를 요구받거나 가산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셀러 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경우에도 이 출처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증이나 공정증서 작성을 권장합니다. 개인 간 차용증만 있을 경우 나중에 상환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생겼을 때 입증이 어렵습니다. 공정증서란 공증인이 법적 효력을 인증해 작성한 문서로, 집행력이 있어 분쟁 시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거래는 부동산 전문 법무사나 세무사의 검토를 거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세금과 분쟁 리스크가 따라옵니다. 복잡한 조건일수록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주변에서 직접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셀러 파이낸싱 자체가 잘못된 방식은 아닙니다. 다만 이자율, 상환 조건, 세무 신고, 공증 절차까지 꼼꼼하게 챙겨야만 합법적이고 안전한 거래가 됩니다.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이 방식에 관심 갖는 분들이 늘어날 텐데, 겉으로 보이는 편의성보다 숨어 있는 리스크를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거래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세무사 또는 법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거래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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